People 안녕, 나의 그르메 서울문화재단 2022년 예술지원사업 선정작 518 작품 중 무용 부문 최우수 작품상 수상 무용학과 99학번 정보경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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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2
무용학과 출신 정보경 동문은 작년 12월 대학로 무대에 <안녕, 나의 그르메>를 올려 따뜻함의 온기로 사랑을 전하고자 했다. 본 극은 서울문화재단 2022년 예술지원사업 선정작 518 작품 중 무용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술대학 무용학과 99학번 정보경입니다. 반갑습니다. 현재 한국춤이라는 분야에서 안무작업을 하고 있으며, 제가 하는 작업의 방향은 한국춤컨템포러리입니다. 한국춤컨템포러리는 한국춤에 근본을 둔 지금 이 시대의 예술을 의미합니다.
Q. 유년 시절 무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보다 춤을 먼저 추기 시작했다고 해요. 서너 살부터 춤추는 것에 흠뻑 빠져 음악이 들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고 합니다. 특히나 마이클 잭슨에게 열광하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팝에 춤추는 것을 즐겨 마이클 잭슨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했었죠. 일곱 살 때는 리틀엔젤스에 입단하며 한국무용을 처음 배우게 되었고, 춤의 또 다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제 유년 시절에서 춤을 뗄 수 없습니다.
아홉 살 때부터는 해외 공연을 다니며 국위를 선양하는 꼬마 외교관이었어요. 리틀엔젤스 생활은 제 춤의 모습을 만들기 시작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선화예중, 선화예고를 거쳤고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때 임학선 교수님이 성대에 부임하셨다는 소식에 고민 없이 성대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안무작업에 관심이 많던 저에게 전임 선생님께서 임학선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알려주셨거든요. 대학에 진학하면 안무하는 방법을 정통으로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해주셨어요. 그 꿈을 안고 스스로 입시 작품을 만들어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교수님은 그런 저를 용기 있고 가능성이 많은 아이로 대해주셨고요. 존경하는 분께 칭찬받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정보경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안무작업에 대한 궁금증이 무궁무진하게 많은 학생이었어요. 운이 좋게 대학에서 한국창작춤 1세대이신 임학선 교수님을 만나게 되며 자연스레 창작춤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답습된 춤이 아닌 새로운 춤을 만들고 그 안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어요. 게다가 우리 무용사 속에서 하나의 사조를 만들어 낸 분이 저의 은사님이 되었다니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겠어요. 선생님께 배워 나가는 하루하루가 가슴 뛰었습니다. 아마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때의 일이었을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프로단체와 함께 공연하게 됐어요. 임학선 교수님께서 그 당시 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셨거든요. 저는 그 광활한 무대에서 제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를 꼬마별이었어요. 그런데도 그 무대에 섰던 때가 너무나도 생생해요. 저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성균인이라는 사실이 행복했죠. 교수님께서 제게 학창 시절부터 안무자에 대한 꿈을 키워주셨어요.
Q. 임학선댄스위에서 활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임학선댄스위에서의 경험은 동문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임학선댄스위는 성균관대학교 동문 무용 단체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서울시에서 지정한 전문 무용 단체가 되었습니다. 대학에서의 배움은 자연스럽게 우리 대학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으로 다가왔습니다. 동문 단체에서의 활동이 무엇보다 저에게 큰 원동력이 되었어요. 선후배들과의 작업 안에서 서로 돕는 마음과 예술적 교류는 저를 더욱 좋은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 되었죠. 나이 들수록 제 활동의 경계가 커졌지만, 단체의 울타리라는 것은 여전히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집니다. 지금은 임학선댄스위의 상임 안무가이자 정보경댄스 프로덕션을 꾸려나가며 크고 작은 작업으로 서로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임학선댄스위는 단순한 단체가 아닌 저에게 ‘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따뜻한 곳이자 안식처입니다.
Q. 대학 졸업 후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학교를 오래 다녔어요. 2016년에 박사 과정을 마쳤으니 1999년부터 17년을 다닌 셈이네요. 석사 과정을 9년 만에 졸업했어요. 2007년에 안무자로 데뷔한 이후 작업하는 것이 좋아 푹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논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스페인에 공연하러 가는 트렁크 속에도 논문을 쓰기 위한 노트북과 자료를 잔뜩 넣어 갔던 기억도 납니다. 성균관대학교는 저에게 졸업의 전과 후를 구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꽤 오랫동안 머무른 곳이에요. 수많은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연습하기도 하며 국내외 활동을 꾸준히 했거든요. 수선관이 그립습니다.
Q. 안무가로서의 일은, 무용인으로서 활동하실 때와 무엇이 다른가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한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예술로 해석하며 미래의 고전을 만드는 일이에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억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과 제가 만든 것이 예술 속에서 흐름이 된다는 사실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멋지다 생각합니다.
저는 안무자이자 무용수이기도 하고 무용수이자 안무자이기도 해요. 그 어느 하나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평생 함께하는 거죠. 무대에 오른다는 건 제가 만드는 작업과 함께하는 무용수들에 대한 저의 태도와 예의인 것 같아요.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무대에 오르며 그 마음을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
Q. <안녕, 나의 그르메>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바이러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연예술계도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코로나19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작품들을 보며 우리의 예술은 무엇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예술은 결핍되고 결여된 무언가를 채우고, 회복시키고, 치유하는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무대를 통해 찾고 싶었던 것은 ‘따뜻함’이었어요. 따뜻함의 온기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예술의 가치란 내가 삶을 잘 살아가고 잘 지켜내는 것과 같이 아주 당연한 것들이 의미 있는 이유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르메>가 사람들에게 따뜻한 기억의 온기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기획하게 되었어요.
Q. <안녕, 나의 그르메>를 제작하며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내러티브 (narrative)를 특별히 신경 쓴 것 같습니다. 동화적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지만, 그것들을 유치하거나 설명적이지 않게 극의 내러티브를 가져가고 싶었어요. <안녕, 나의 그르메>는 상상을 참 많이 해 탄생한 작품입니다. 상상은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기도 하고 이와 반대로 현실을 꿈으로 만들 수도 있는 초월적 힘이라 생각해요. 이렇게 상상을 통해 구현된 이미지들을 무대 위에 그림책처럼 하나씩 꺼내 놓았습니다. 그것들을 전부 무대에 올릴 수는 없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극에 넣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안녕, 나의 그르메>에 나오는 ’안녕‘이라는 말에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어요. 따라서 관객의 감정 상태에 따라 그 ‘안녕’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이 될 것 같아요. 저의 이번 ‘안녕’은 반가움의 안녕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의미의 안녕을 담아 속편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Q. 생소한 소재인 그르메를 선택하게 된 스토리가 있나요?
그르메는 그림자의 우리 옛말입니다. 처음엔 제 아버지의 모습을 반영해 그르메를 기획하게 되었지만, 기획 이후로는 그르메에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하지 않았어요. 때로는 영감을 얻는 것과 풀어나가는 방식이 늘 동일 하지는 않거든요. 그림자처럼 저를 지켜주고 있는 아버지의 그늘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그림자가 더 시간이 지나 사라지기 전에 지금의 시간으로 더욱더 진하게 남겨보면 어떨까 하며 이번 작품과 그르메를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유독 이번 작품은 무대의 장면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머리에 떠올랐어요. 영화적인 연출을 포함해 그림의 크기, 명암, 대비 등 빛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작품을 풀어나가고자 했습니다.
Q. 10년 뒤의 인간 정보경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라시나요?
10년 뒤의 저는 후회도 용기 있게 할 수 있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의예지의 실천적 학문을 하는 성균인들이 무엇을 하든 가슴이 움직이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은 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본인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공자의 말씀 중에 ‘어디를 가든 마음을 다해서 가라’라는 말이 있듯 가슴 뛰는 삶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행한다면 분명 방향이 생기고 그것이 진정한 길이 될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패의 아름다움을 알고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하루하루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저 또한 노력하겠습니다.
성균웹진 윤지민 기자